여유로운 일요일의 기록
일요일 아침, 알람 없이도 자연스럽게 8시에 눈이 떠졌습니다. 요즘 들어 주말에도 바쁘게 움직이는 일이 많았기에 이렇게 여유로운 아침이 오랜만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창문을 열자 부드러운 봄 바람이 실내로 들어왔습니다. 먼 곳에 있던 작은 먼지가 바람에 살짝 흩날리며 햇살에 비치자, 마치 작은 요정들이 춤추는 듯 보였습니다. 이런 순간이 바로 일상 속 작은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식사는 간단하게 토스트와 계란 프라이, 그리고 토마토 슬라이스로 해결했습니다. 냉장고에 사다둔 전용 식빵을 살짝 구워 버터를 발랐더니 빵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웠습니다. 계란은 노른자가 조금 덜 익은 정도로 프라이하여 토스트 위에 올리니, 바삭한 빵과 부드러운 계란의 조화가 훌륭했습니다. 토마토 슬라이스에는 소금과 후추를 약간 뿌려 식감과 맛을 살렸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식탁 위를 정리하고 커피를 내렸습니다.
커피는 원두를 직접 분쇄해 프렌치프레스로 내렸는데, 진한 풍미가 입안을 감돌았습니다. 커피 한 모금을 삼키자 목에서 따뜻함이 퍼지며 몸이 조금 더 깨어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소파에 앉아 최근에 찍어둔 사진을 보았습니다. 벚꽃이 흐드러지던 지난 주말에 공원에서 찍은 사진들이었는데, 형형색색의 꽃들이 나무 위에서 만개했던 순간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오랜만에 세탁기를 돌렸습니다. 옷가지를 분류해 흰옷과 색 넣어 섞으면 안 되는 것들을 따로 모으고 나서 세탁기에 넣고 세제를 넣었습니다. 세탁기 소리가 집 안을 가득 채우는 동안, 창가에 놓인 화분에 물을 주고 키우고 있는 허브를 보며 잠깐 시간을 보냈습니다. 민트와 로즈마리가 잘 자라고 있어 싱싱한 향이 코끝에 스쳤습니다. 세탁이 완료된 뒤, 빨래를 널기 위해 베란다로 나갔습니다. 싱그러운 공기가 피부에 닿자 상쾌함이 느껴졌습니다.
오전 11시쯤에는 할머니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최근 건강이 조금 안 좋으셨다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다행히 기운을 차리신 듯했습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으니 외출하실 때는 가벼운 카디건이라도 챙겨야 해.”라고 걱정 섞인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나는 “네, 할머니도 무리하지 마시고 가끔씩 산책 정도만 하세요.”라고 말씀드리며 서로 안부를 나눴습니다. 할머니께 미리 가져다 드릴 간식을 사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낮 12시가 되자 간단히 샌드위치를 만들어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냉장고에 있던 치즈와 햄, 양상추를 넣은 뒤 머스타드 소스를 약간 바른 샌드위치는 먹기에도 간편하고 맛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샌드위치를 먹고 난 뒤, 잠깐 소파에 누워 낮잠을 청했습니다. 평소에는 주말에도 할 일이 많아 제대로 낮잠을 자본 적이 드물었는데, 오늘은 아무 걱정 없이 30분 정도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오후 2시가 되자 나는 오랜만에 취미로 삼고 있는 그림을 그리기로 했습니다. 최근에는 수채화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재료를 구입해두었는데, 오늘이 그 첫 번째 시도였습니다. 작은 책상 위에 수채화 도구를 펼치고, 지난주 찍은 벚꽃 사진을 보며 스케치를 시작했습니다. 연필로 윤곽을 간단히 그린 뒤, 붓에 물을 묻혀 연한 색부터 칠해나갔습니다. 물감이 종이 위에서 번지며 생기는 색상의 조화가 매력적이어서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한참 몰입한 끝에 첫 번째 레이어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물을 마시며 작품을 바라보니 색이 조금 더 어두워야 할 부분과 밝은 부분을 추가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다시 붓을 들어 조금씩 수정해 나가자 그림이 점점 완성되어 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붓을 놓고 나니 어느새 시간이 흘러 오후 4시가 되었습니다.
수채화 작업을 마친 뒤에는 집 앞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사기로 했습니다. 카페에 들어서자 달콤한 빵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고, 커피와 케이크를 주문해 테이크아웃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거실 소파에 앉아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케이크 한 조각을 입에 넣으니, 달콤함이 온몸에 퍼지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저녁 6시가 가까워지자, 주간 계획을 세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책상 위에 플래너를 펼치고 다음 주 할 일과 목표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월요일에는 중요한 회의가 있고 화요일에는 헬스장 등록을, 수요일에는 가족과 외식을 계획해두었습니다. 이렇게 계획을 세우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저녁 7시쯤에는 가벼운 요가 동작으로 몸을 풀었습니다. 주말 동안 몸이 뻣뻣해진 느낌이 들었기에, 간단한 스트레칭과 요가 동작으로 긴장을 풀어주었습니다. 요가가 끝나고 나니 몸에 탄력이 돌아온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샤워를 마치고 침실로 이동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습니다. 침대에 누워 오늘 하루를 정리하며 다이어리를 펼쳐 적었습니다. “오늘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를 돌보는 날이었다. 수채화 첫 도전을 통해 새로운 흥미를 찾았고, 가족과의 소통을 통해 마음이 따뜻해졌다.” 라고 기록했습니다. 눈을 감자 창문 너머로 부드러운 밤바람이 느껴졌고, 내일 아침도 분주한 하루가 되겠지만, 오늘 같은 여유로운 순간들이 또 찾아오기를 기대하며 잠에 들었습니다.
잠들기 전 조용히 들려오는 밤의 정적 속에서 오늘 하루를 되새겨 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렇게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마음을 챙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습니다. 내일 아침에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야겠습니다.